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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건강지킴이 방문간호사의 하루

나의 작은 관심이 어르신의 웃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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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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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들은 보건소 소속 공무직으로 근무하는 방문 간호사가 일선 현장에서 보고 느낀 사실을 논픽션 형식으로 재구성 한 것으로 방문 간호사로 삶을 살아가며 일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을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전하는 글이다.


 

'나의 작은 관심이 어르신의 웃음으로'

 

처음 대상자 분을 만났을 때 당뇨 합병증으로 거의 시력을 상실한 상태라 허공을 쳐다보며 대화를 하셨지만 방문에 대해 고마워하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추운 겨울이 지나 날씨가 따뜻한 날에 방문 드리니 요즘은 외출하기가 너무 겁이 난다는 얘기를 하시며 “어제도 길에서 갑자기 어지러워서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줘서 병원 갔다 왔잖아.”라고 하시며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동네 친구 분과 뒷산에 갔다 쓰러지시거나 거리에서 앞이 캄캄해져서 응급실에 갔다 온 이야기 등을 하시며 요즘은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우울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셨다. 

 

평소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 장애인 협회나 운동을 위해 외출하는 등의 활동적인 모습과는 너무 달라지셔서 걱정이 되었다.

 

요즘 건강 상태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평소 투약관리나 인슐린 주사를 어떻게 맞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상자 분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아침마다 인슐린 주사를 빼놓지 않고 맞고 있으나 가지고 계신 주사기를 끝까지 당겨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대상자 분은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에는 신경을 쓰셨으나 처방받은 인슐린 용량이나 주사기 관리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로 최근 자주 쓰러지신 것도 과용량의 인슐린 주사로 인해 저혈당 증상이 오신 것이었다.

 

대상자 분께 정해진 용량에 따라 인슐린 주사를 맞으셔야 함과 주사기의 유효기간 등의 필요한 교육을 해드리며 지속적인 투약관리를 도와 드린 결과 대상자 분이 고생하셨던 저혈당 증상은 더 이상 보이지 않으셨다.

 

“간호사, 이제 외출하기가 겁이 나지 않아.”

 

“정말 고마워.”하시며 다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며 방문간호사로서 기쁘고 자부심도 느꼈지만 쓰러질 걱정 없이 외출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대상자를 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며 언제나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방문간호사의 일상은 나에게 방문간호사가 준 또 다른 선물이다.



'함께여서 행복해요'

 

키163cm에 몸무게 41kg 깡마른 체구에 위암 대장암 두 번의 암수술로 허약하신 81세의 박00 할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수족 못 쓰시고 와상 가운데 계신 할머니를 도저히 혼자 간병하시기 버거워 결국은 요양병원에 입소 시키셨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는 남편으로서의 죄책감과 평생 함께하다 홀로 남겨진 것에 대한 외로움과 우울감 불면증으로 무척 힘들어 하고 계셨다.

 

방문을 하여 할아버지의 상태를 체크해보니 혈압과 당뇨가 불규칙하고 잦은 설사와 식욕 감퇴로 영양 상태가 매우 불량하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셨다. 정신적 육체적인 회복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버님 그동안 어머님 간병 하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버님은 최선을 다하셨으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자주 방문하여 정서적으로 지지해 드리고 말동무가 되어 드렸다. 그리고 병원을 방문하여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해 볼 것을 권유 드렸다.

 

병원 진료결과 허약한 상태에서 무리한 간병으로 늑골 8번 9번에 금이 가는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 좋지 않아 절대 안정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셨다. 

 

입원하여 영양제도 맞으시고 안정도 취하시고 전반적인 몸 상태를 어느 정도 회복하시고 퇴원 하셨다. 퇴원 후에도 어머님 간병 하시느라 집에만 주로 계셔서 홀로 남겨진 상황에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실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셨다.


어떻게든 가정에서 사회로 나오셔야 하시기에 계속적으로 지지해드리고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재가암 자조교실 대상자로 등록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 하셨으나 한번도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석 하셨으며 장기자랑 시간에는 앞에 나가셔서 노래도 부르시며 즐거워 하셨다.

 

외로워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청소년 나눔 실천 체험활동 봉사자로 선정하여 말벗도 해드리고 청소도 도와 드리고 한번씩 간식도 나누어 먹고 건강 상담도 해드리니 우리가 오는 날을 기다리며 좋아하셨고 많이 밝아지셨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아버님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시며 단단해지셨고 밝아 지셨고 지금은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며 혼자서도 모든 일상들을 잘 감당하시며 열심히 생활하고 계신다.

 

방문을 가면 항상 반가와 하시고 고마워하시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님의 어려운 시기에 함께 할 수 있어 좋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방문간호사로서의 작은 보람을 느낀다.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오늘도 방문 스케줄을 잡고 가방을 메고 나설 때 보건소 입구에서 김00어르신을 마주하면서 나의 하루가 시작 되었다.

 

“어르신 오늘도 오셨네요?” 어르신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 하신다.

 

김00 어르신 댁을 처음 방문 한 날이 생각났다. 부부가 사시는 이 어르신의 댁을 방문하게 된 건 배우자분이 위암 수술을 하신 재가암 환자 분이셨다. 

 

어머님은 17년도 위암 수술을 받으시고 본인 건강관리를 위해 보건소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활동적인 분이셨고 아버님은 바깥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집안에만 계시는 분이셨다.

 

그런 아버님이 어머님은 항상 불만이셨다. 아버님은 오래 전 양쪽 고관절 수술로 하지 4급 장애가 있는 분으로 고혈압이 있으나 약을 중단 한 상태였다. 

 

혈압 약을 드시지 않아 혈압이 높아 막무가내로 보건소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었다. 반신반의 한 마음으로 약속한 날짜에 어르신을 기다렸었고 다행히 어르신은 약속을 지키셨다.

 

진료를 보시고 혈압약 처방을 받고 재활실에 등록도 시켜서 재활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그 후 날씨와 상관없이 매일같이 오셔서 재활실 출근 도장을 찍으신다.


그런 어르신을 보시면서 어머님은 나에게 늘 고마워하신다.

“간호사 정말 고마워. 평생 직장 취직시켜줘서...우리 남편이 달라졌어!”라며 달라진 모습에 흐뭇해하신다.

 

어르신이 그렇게 열심일 줄은 나도 몰랐다. 내가 더 고마운 일이다. 내일도 출근 도장 찍으러 오실 어르신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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