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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4.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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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목사.jpg

진노랑 개나리로 다시 피어나는 꽃
-416 세월호 참사 2주기 김천시민 촛불문화제에 붙여
 
 
진노랑 개나리가 피었다가 질 때입니다. 봄이 무르익어 갑니다. 벌써 2주기가 되었군요. 방관자인 우리에게는 '벌써'지만 아이 잃은 부모에게는 '아직'의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는 '벌써'와 '아직'이란 단어 뒤에 숨어서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사건!
 
처음엔 전 국민이 함께 슬퍼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픔이 변질되어 갔습니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이물질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이지요. 여와 야가 서로 다른 안경을 쓰고 끼어들기 시작했고, 추악한 극우 진영의 논리가 아이들의 죽음을 흠 내기에 바빴습니다.
 
그래서 2년 전의 그날, 4월 16일은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세월호 특별법조차도 식물인간처럼 사무실의 한 구석에 널브러져 있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어른들의 이해타산이 두 번 죽이고 있는 셈입니다.
 
물질만능을 앞세운 정경유착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300 여 꽃다운 생명이 진도 앞 바다에 수장되었고, 죽음의 이유를 밝히라는 유족들의 외침도 정권은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진리와 정의가 세월호처럼 침몰한 것입니다. 통한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드는 이 현상을 뭐라 해야 할지요.
 
총선 국면으로 전국이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리멤버 4.16'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음양으로….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똑똑히 기억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함께 연대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2년 전, 세월호 참사로 수장된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김천역 광장에서 촛불 기원제를 열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진실과 연민조차도 지역주의에 매몰되어 왜곡되기 쉬운 척박한 우리 지역에서 쉽지 않은 행사였습니다. 김천 민주시민ᆞ단체협의회(김천민단협)에서 이것을 주관했었지요.
 
세월호 참사, 밝혀진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아직도 아홉 구의 시신이 돌아오지 많은 현실에서 마음을 모아 다시 촛불을 밝혀 듭니다. 뜻있는 시민과 청년 학생들을 모신 가운데 우리 김천민단협이 승천한 영혼들을 추도하며 나아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합니다. 세월호조사특위의 활동을 보장하고 책임자를 처벌한 것을 강청합니다.
 
앞뒤 야산에 피어있는 진노랑 개나리꽃을 보며 노란 세월호 참사 리번을 떠 올립니다. 그 속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르며 죽어간 해맑은 304 명의 어린 영혼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행사는 떳떳하지 못한 어른들의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상쇄시켜 보자는 몸부림의 일단인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냉기가 가시지 않은 밤 날씨지만 여러분들의 따뜻한 체온을 느낍니다. 진실은 이런 움직임으로 밝혀지고 역사는 이와 같은 행사로 채워지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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