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직지사 벚꽃길을 보며
직지사 벚꽃길에서
설봉 김덕희(시조 시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긴 겨울 이겨 낸 인고의 아픔들이
안으로 옹골차게 다지고 맺혔다가
봄바람 그 숨결 속에 환한 미소 되었다
차오르는 그리움을 더 결딜 수 없었던지
가지마다 하얀 속살 스스로 드러내며
사랑의 고운 자태로 꽃여울을 만든다
가슴 한켠 깊이 새긴 수줍음의 밀어들이
꽃바람 유혹 앞에 저절로 맘을 열며
새 하얀 언어로 풀어 시를 짓는 고운 선율
태초에 맑고 밝은 영혼을 섬겼던가
해보다 더 찬란한 빛깔을 삼켰던가
저토록 아름다움은 자비윤회 일거야
황악의 산록 너머 석양이 빛나는데
비단길 펼쳐 놓은 저길 끝이 닿는 곳은
부처님 광명 펼쳐진 직자사의 큰 도량
전생의 모든 업장 닦고 또 닦으며
정갈하고 티끌없는 계울지킨 청정심이
천사의 나래와 같은 꽃으로 피어나네